4대 비극, 너무나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책이다. 역시 읽은 기억이 조금이나마 살아있었기 때문에 독서 도중에 바로 앞 페이지의 전개를 예측되기 시작했다.
내가 고른 책에서는 이제까지 봐온 일반적 이야기 서술체가 아니라 셰익스피어가 쓴 연극체(문어체)로 번역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조금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
4대 비극은 <햄릿, 맥베스, 리어왕, 오셀로>인데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 안에 안 들어있던 것이 나의 기억을 의심하게 했다. 옆에서 동기 한 명이 분명히 로미오와 줄리엣이 4대 비극에 포함되었던 것 같다는 말을 하여 더욱 의심의 늪으로 빠지게 했다.
하지만 책의 서두에서, 내용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은 없으니 비극이 아니라는 결론을 짓고 일단 이야기를 끝냈다. 독서를 끝마치고 작가 소개에서 비극이 아닌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셰익스피어가 4대 비극을 쓴 시기가 그에게 절친한 친구에게 큰 곤란이 닥치며 시대적 상황이 커다란 충격을 연달아 안겨주었기에 그런 비통함이 작품 세계관 설정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 이전에 작성된 글이며, 4대 비극은 그 이후에 작성된 글이기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햄릿”의 가장 유명한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대사는 ‘독백’이라는 극 중 연출 요소를 내게 가르쳐준 대표적 예시였다. 초등학교 때 이러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배웠을 정도이니 얼마나 정론으로 뽑히는지 더 말을 안 해도 알 것이다. 이 유명한 독백 부분이 나오는 부분은 아버지의 유령을 만나 진실을 알고 복수를 결심하는 장면이다.
그저 복수를 간단한 독백으로 지나가는 오늘날과는 확연히 다르게 장장 한 페이지를 꽉 채워 버린다.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여 독자들의 간담 또한 서늘하게, 그 불타는 복수심으로 독자들의 응원을 받아 힘을 가지는 듯했고, 이것이 연극으로 상연되면 얼마나 몰입이 될지 상상하니 정말 머리가 어지러워질 정도로 강력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영국 그 시대극에 대한 특성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근본적 심리를 살살 문질러 가며 간지럽히고 진심으로 납득시키게 하는 기법임을 또한 느꼈다.
이 기법은 “오셀로”에서 극대화되어 보인다. 오셀로를 혼란에 빠지게 하고 의심을 시작하게 하는 이아고의 대사들이 그러하다.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신뢰를 바탕으로 절대적인 사랑의 벽을 허물고 결국 인간의 호기심으로 의심을 만들어 내는 악마의 속삭임은 장장 4페이지에 걸쳐 이어진다.
인물들의 대사와 방백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집중할 수 있고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4대 비극에서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추악함을 최대한 들어내려고 노력했다.
햄릿에서는 분노, 탐욕, 오셀로에서는 질투와 의심, 리어왕에서는 오만, 나태, 색욕을 맥베스에서는 탐욕적인 인물들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나타내어 작품 전체를 비극으로 만들어낸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전개처럼 잘못해온 인물들의 뉘우침은 거의 없고 결말은 인과응보의 형태로 돌아옴을 보인다.
셰익스피어는 인간이란 7대 죄악에 휘둘리기만 하는 존재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랜만에 봤는데도 참담한 심정을 가지게 하는 명작을 읽어 진정한 비극이 무엇인지 한 수 가르침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