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그대에게 공대생을 울린 명강의!]라는 이름만 보고 책을 골랐다. 나는 정말 말 그대로 시를 잊은 공대생이며, 가슴이 문학으로 울고 싶어 하고 있었기에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다 읽고 나서의 평을 먼저 하자면 글쓴이는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는데, 나도 그 강의를 꼭 한번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책을 이 정도로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깊이가 있을지 짐작도 가지 않았기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내 가슴이 요즘 문학으로 치유되고 싶은 이유는 간단하다. 심적으로 힘들어서 그랬다.
생활관 동기들의 거짓말과 허세가 모두에게 웃음을 주기는 하지만 매일매일 10분도 안 쉬고 그것을 듣는 입장에서는 진저리가 치기 나름이다. 정확한 규칙을 지키는 날, 정말로 조용한 날이 없어서 시를 통해 뇌를 비우고 싶었다.
작가는 첫 주제를 ‘별’로 삼았다. 작가가 개인적으로 별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별이 주제가 된 시가 많기에 주제로 잡은 것이다. 알퐁스 도데의 ‘별’은 한 번쯤 들어본 시이다. 소년과 소녀, 그중에서도 동경하고 있던 주인집 딸과 양치기 소년의 사랑 이야기라고 한다. 작가는 이를 사실 피 끓는 청춘들이 모여있는 것 치고 아무 사건도 없었던 이야기라고, 그렇기에 상황이 순수와 순결의 화신인 별이 주제라고 말한다.
‘사건 없어 보이는 것이 사건이구나!’라고 한 마디 느낀 점을 쓱 적고 넘어간다. 아니, 넘어가려다가 지는 풀잎 하나, 부는 바람 한 점도 무상이 볼 수 없다며 보리밭, 갈대의 예시까지 주어 읽는 이를 다시 배려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나도 생각했다. 나는 하늘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하늘은 그 끝을 모르는 공활함과 파란 경치로 내게 자유를 느끼게 한다. 또한 구름의 흘러감이 아주 느리기에 성급했던 내 마음마저 여유롭게 만들기도 한다. 훈련소에서는 “언젠가 군대에서 바라보는 하늘에 관한 시를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도 하고는 했다. 이 주제로, 이때부터 내 창작욕을 책이 일깨워주기 시작했다.
다른 주제는 사랑에 관한 것이었다. 시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주제이다. 나에게서도 떨어뜨려 놓을 수 없는 주제이기에 공감한다. <강은교-사랑법> <박목월 시, 김성태 작곡-이별의 노래>를 읽을 즈음엔 감성이 북받쳐 올랐다.
아무튼 책은 또 다른 주제로 옮겨간다. “평이한 시가 주는 감동” 이는 대단하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경지이다. 여기서 시상의 전개를 고려하고, 과거와 현재의 뚜렷한 대비, 감상으로 구분할 수 있게 구성함은 참으로 경이롭다. <김광규-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문학의 힘, 그중 시의 힘은 조금이나마 아니 집중하여 길게 내 코를 자극해주었다.
집중하였기에 코가 적응하는데 오래 걸렸고, 내게 행복함을 주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공과적인 생각과는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뭐 어떤가 여긴 군대인데, 그런 걸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나를 채워준 고마운 강의,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