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독후감

아까운 나의 나날을 느끼는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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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0370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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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우 작가님의 작품 중 하나인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작가님의 이름을 보자마자 나는 어느새 대출하러 뛰어가고 있었다.

필시 내게는 우리 동기들이 자주 보는 연애의 참견같은 TV 프로그램보다 가슴 뛰는 로맨스 소설로 느껴졌기 때문이고, 무덤덤한 상황표현 뒤 숨어있는 등장인물들의 살아있는, 개구쟁이 같은 생각을 빨리 엿보고 싶어서였다.

또다시 과거의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글감이 나와서 등장인물들을 더 이해할 수밖에 없었고 그들이 어떻게 해야 했는지를 알았기에 안타까운 마음에 집중했다. 그 아슬아슬한 삼각관계가 깨어져 결국 주인공 둘이 맺어지고 깨지고 다시 맺어질 때 내가 그랬듯 미련 없이 사랑하는 그들의 모습을 진정으로 응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느꼈는지 알았을 때 왠지 모를 후회가 엄습하기도 했다.

 

다만 나와 그들의 차이점은 내가 떠나는 입장이었기에 서글픈 감정이 남아있는 정도의 사사로운 차이였다. 글을 쓴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가기 때문에 대사들 하나하나도 전부 드라마에서 나올 정도로 로맨틱하다. 프러포즈를 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나중에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책을 읽다 본이 또 책이 너무 아까웠다. 천천히 묵혀두고 언제까지나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일상이 너무나도 추억과 대체되듯, 한 장면이 한 장면이 빛나는 필름으로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고 그래서 아쉽고 즐거운 기분을, 나는 예전에도 느낀 적이 있다.

 

한창 공부에 치여서 아니 공부에 치였지만 피하려고 했던 중고등 학생 시절 일본 애니메이션을 그렇게 봤더란다. 그 주인공들은 언제까지나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이며 진정한 사랑을 하고, 추억을 쌓고, 행복을 느끼고, 해피엔딩으로 끝나고도 다시 재생시켜서 하이라이트로 돌아갈 수 있는 선망의 대상들이었다.

나는 못 하는 학교에서의 추억 쌓기를 그들이 대신해주었기에 보는 것에, 시각적으로 느끼는 것에, 시원하게 소리 지르는 것을 듣는 것에 심취해 있었다. 매 장면이 행복해 보였고 주인공이라서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지만, 현실은 학원에서 수업을 듣다가 조는 것이 다반사인 것 자체를 분노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던 것일까. 그들이 부러웠던 것일까. 내가 이 책을 보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여기서 기원 된 것이다. 이들이 이토록 즐겁게 이야기하고 고민을 하고 생각을 하는 것이 영원히 끝나지 않고 내게 대리 만족감을 계속 주었으면 해서 그런 것이라고 나는 결론지었다.

 

또 하나 마스크는 작지만 크게 다가온 한 가지 차이였다. 주인공들은 당연히 마스크를 안 쓰지만 그것이 얼마나 부러운지 그 표현들이 안 나오는 것에 얼마나 감사한지 몰랐다. 사소하지 않은 변화라는 것을 이런 곳에서 느끼게 될지는 몰랐기에 슬펐다.

특히 올해에는 취소된 보신각 타종 행사가 작중 나올 때는 얼마나 세상이 크게 타격을 받았는지, 문학작품에서 당연히 일어날 것이라고 했던 것이 안 행해졌을 때의 무서움이 큰지는 나만이 느낀 듯싶다.

책이 끝으로 갈수록 상황은 고조되고 내 마음도 애간장이 탔다. ‘아슬아슬하게 평화롭고 행복하다라는 말이 내게 어떠한 의미로든 크게 다가왔고 감탄을 지어내게 해서 더더더 아까웠다.

연등이 늦은 시간이라 잠이 오기도 했지만 궁금함과 호기심이 책장을 넘겼고 글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독서를 마쳤다.

내게는 과거뿐이 아니라 앞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글감들이, 글귀들이, 글들이 뭉쳐있는 소중한 책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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