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독후감

싫은 사람에게 하기도 했던 말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766151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766151

 

몰입

몰입할 수 있던 이유는 몇 개 있겠지만 역시 가장 큰 것은 첫사랑 이야기라서 그런 것일까.

내가 첫사랑을 못 만난 지 5년, 최근 읽은 다른 첫사랑을 다룬 작품 등에서 사랑이 이루어지는 시간은 1년, 이 책에서 첫사랑이 이루어지는 시간은 10년이다. 연도로만 따져도 절반인 내게 이 책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진실로 첫사랑을 겪고 아파졌기에 쓸 수 있는 글임을 알아채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남자 주인공의 행보가 전부 유추될 정도였기에 그러하였다. 그렇게 몰입하여, 이 정도로 상상이 쉽게 되는 책은 너무 오랜만이었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남자들의 어휘 선택력에 비로소 예술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쉽게 쉽게 소화되는 듯했고 나에게 깊이 생각할 필요 없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 같아 부담스럽지도 않았다.

나는 책을 좋아하기에 진실로 저런 삶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고 한편으로는 그렇게 해서 그녀를 만날 수 있다면 작품처럼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과 다름을 알기에 글을 통해 치유를 받고 내 애착을 수그러지게 하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한다.

혜원(H)의 말 중에서 이 책의 제목에 비슷한 ‘날씨가 좋으면 언젠가 만나자’는 말이 있었다.

나는 사실 글을 보자마자 “사실 주인공이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라고 유추했는데 명여이모가 시원하게 팩트를 꽂아준다.

날씨가 좋아지면 만나자고? 만나지 말자는 소리네, 꽃 피고 새 울면? 그럼 미세먼지를 끌어안고 황사도 오겠지. 봄내내 뿌연 하늘이다가 겨우 먼저 끝나면 폭염에 잡아 오겠지. 그냥 만나기 싫다고 솔직히 말하렴“

내심 시원했다. 나도 이 말을 심심치 않게 했었다. 주로 헤어지면서, 갑자기 만난 동창에게 이런 말을 했는데, 진짜 내심은 만나기 싫었던 기억이 있다.

이런 빈말이 나를 먹었던 것인가, 나를 허언증으로 만들었던 것인가 싶을 때가 많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난 항상 거짓말로 회피해왔고 마주치지 못했음을 책을 통해 깨달았다.

이 정도로 멍청이니까 과거의 중요한 순간에도 나는 말을 못 했음을, 알겠다.

책의 내용으로 다시 돌아가면, H는 결국 진실을 맞닥뜨리고 힘들어할 때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했던 사람에게 온전히 보여줘 버리고 만다. 맨 처음 봤던 고생이라는 숫돌로 잘 갈려진 칼처럼 날이 선 H를 보며 이제껏 그런 모습을 숨겨왔던 이유를 다시 느낄 수 있었고 그것을 다시 손실하여 치유해준 남자 주인공의 화술과 낯 뜨거운 말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등장인물들의 대사들이 모두 솔직하면서도 생각을 통달해 나온 글들이기에 ’낭만적’이라는 분위기에 딱 맞았고, 그 덕이 H를 서울로 되돌려 보내고 다시 돌아올 수 있게, 개구리 왕자의 오랜 기다림을 끝낼 수 있던 게 아닌가 싶다.

저렇게 말할 수만 있다면 아마 세상의 모든 여자는 다 꼬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을 다 읽고 독후감을 쓰기에 앞서 내 생각과 같이 책의 평은 ’천천히 오래 아끼며 읽고 싶은 책‘이었다.

누구나 이렇게 느끼는구나 싶어 새삼 정말 좋은 책을 읽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그런데도 지독한 후회에 시달리는 나란 사람은..

 

반응형
Contents

포스팅 주소를 복사했습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